한별

역전의 명수

  • 한별
  • 조회 수 5
  • 2018.01.24. 11:03


 - JTBC뉴스룸은 어떻게 종편의 한계를 딛고 시청률 10%를 돌파했을까
- 금융DNA가 전무했던 카카오뱅크는 어떻게 돌품을 일으켰을까
 - 애플은 어떻게 94년에 나왔다 실패한 스마트폰을 성공시켰을까

 역전이 더 어려워지는 사회.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한 기업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는 구조에서 1위를 뒤집은 '창조적 추적자'들의 비밀을 알아 보는 책입니다.
 저자는 명견만리와 강연100℃ 등의 프로그램을 맡은 KBS 박종훈 기자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퀄리티는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고, 저자와 출판사가 다른 책을 통해 서로 윈윈하기도 했고 해서 출간된 것 같습니다.
 출판사는 <미움받을 용기>,<명견만리>,<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등 근래에 영향력있는 책들을 많이 낸 인플루엔셜입니다. 국내저자에 288쪽짜리 책인데 15,800원은 좀 과한 느낌입니다만 참고자료로 들어간 사진 때문에 4도인쇄를 해야 해서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1장에서는 불황에서 역전을 꾀한 기업들의 사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이 시작되면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기업에게 유리하고 후발 주자는 불리하다고 생각지만, 오히려 불황 속에서 더욱 활발한 역전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입니다. 켈로그. 포스트. 닌텐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불황 사이클을 바라보는 내용도 와닿았고, 스티브 잡스의 첫 직장이 닌텐도였다는 사실도 새로 알았습니다.

 1장에서 말하는 내용을 보충해 볼까요?

 대기업들은 숫자놀음에 민감합니다. 숫자가 곧 실적이고 임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됩니다. 연말이 되면 펀드매니저들은 손해가 난 주식들을 처분하고 이익이 난 주식을 더 사 둡니다. 거액을 움직이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주식들은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합니다. 이 작업을 거치면 성과보고상에 나오는 포트폴리오에는 '투자한 주식들이 다 플러스네?'로 보입니다. '윈도드레싱'이라는 작업이죠. 


무명 회사에 투자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고 확고한 회사에 투자하면 확실하게 소액만 손실을 본다면, 정상적인 펀드매니저, 연금관리자, 기업 포트폴리오 관계자들은 앞다투어 확고한 회사로 몰려간다. 성공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실패할 경우 무능하게 보이지 않는 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IBM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면 고객과 상사는 이렇게 묻는다.
"젠장맞을 IBM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그러나 라퀸타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면 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자네 무슨 일을 저질렀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개인투자자는 저평가된 주식을 저점에서 살 수 있으나, 기관투자자는 그러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펀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죠. 인덱스펀드나 버크셔해서웨이 B주를 제외하면, 제가 신뢰하는 펀드는 하나뿐이에요.(소곤소곤)

다시 대기업 얘기로 돌아가서, 불황이 오면 담당자는 줄어드는 숫자에 고심합니다. 그리고 돈이 될 수 있는 것, 내버려두면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을 팔고 사람을 줄이는 작업을 시작하죠. 여기서 내쫓긴 물건이나 인력을 후발주자가 가져갈 여력이 있다면, 두 기업의 경쟁력 격차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가 불황에서 유리한 이유라기보다는(돈이 있어야지!) 후발주자가 불황에서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하는 편이 낫겠네요.



요즘 읽는 책들의 공통 키워드를 꼽자면 '연결'입니다. 연결을 지배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합니다.
연결은 이미 있는 것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꼭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에디슨 이전에 백열전구를 발명한 사람만 20명이 넘고,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개념의 스마트폰은 94년도에 나왔습니다. 터치스크린, 스타일러스 펜, 애플리케이션까지 다 있었죠. 문제는 무선인터넷 환경이 없었을 뿐.
 그럼 이 시장에서 무엇을 연결해야 하나? 사진에 나오는 아저씨는 세계의 하청업체를 연결했습니다. 제조공정을 표준화해서 어느 공장에서든 같은 물건을 찍어낼 수 있었고, 중국 공장에 생산 물량이 넘치면 베트남 공장으로 넘기기도 하고, 원재료는 대량으로 싸게 구입했습니다.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한 하청업체 연결을 통해 이 회사는 세계500대 기업에 끼게 되었어요.

 다시 아이폰 얘기로 넘어가서, 94년에 그 스마트폰을 만든 기업은 IBM입니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대기업 IBM은 해당 제품을 단종시키면서 보고서에 이렇게 썼겠죠. '스마트폰 시장은 가망이 없음. 우리가 해 봤음. 시간 낭비 돈 낭비.'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고정관념에 막혀 있다 보니, 자유분방한 IBM에서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을 다시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선인터넷 환경이 발달했음에도, 더 우월한 기술로도 그 시장을 생각하지 못했죠. 애플은 새로운 환경과 과거의 기술을 연결해 아이폰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는 이렇게 단편적인 부분만 있지 않겠지만요.



 3장에서는 후발 주자가 1등을 따라잡기 위해 가져야 할 '눈'에 대해 얘기합니다. 이 눈을 가져서 성공한 후발주자의 이야기도 있고, 미라이공업처럼 경영자가 임직원 모두에게 그 눈을 갖게 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도 나와 있어요.
 이 눈을 갖지 못했던 과거 1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네요. 디지털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파산한 코닥, 잡스와 워즈니악 이면에 애플에 제3의 창업자였으나 애플의 가능성을 보는 눈이 없어서 지분을 일시불로 받고 뛰쳐나간 한 아저씨. 이 아저씨는 2017년 현재 사회보장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자가 '추격자의 눈'을 통해 본 앞으로의 변화도 담고 있어요.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 전망합니다. 공장자동화가 더 발달해서 인력이 필요없게 되면, 인건비 때문에 빠져나갔던 공장들이 다시 원래 나라로 돌아가는 거죠. 과연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의주시해야 하는 분야이긴 합니다. 


 4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대해 강조합니다. 불황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전방위적인 공략을 통해 1위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시장을 장악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생길 당시 사람들은 '원두를 사다가 내려 마시면 20~30센트면 되는데 누가 1달러 50센트를 주고 커피를 사 마시냐'고 생각했습니다. 유럽과 달리 카페 문화가 없던 미국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스타벅스가 진출한 시장에는 경쟁자가 거의 없었고, 술 문화에서 커피문화로 바뀌는 시기에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드론 회사 DJI의 왕타오 회장은 자신이 만든 드론을 방송 제작자들에게 무료로 뿌렸습니다. 드론촬영의 매력에 빠진 방송과 영화계 사람들은 드론을 적극 활용했고, 드론으로 찍은 영상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드론을 알게 됐죠. 2012년부터 5년 동안 DJI의 매출은 10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반면, 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던 기업이 연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가 실패하거나 고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하나투어의 면세점 진출을 그 예로 뽑습니다.

 하나의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한 기업은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계속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생태계를 장악했다고 착각한 기업은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포탈 안에 카페, 부동산, 웹툰 시장 등을 개척해 훌륭한 실적을 냈습니다. 네이버라는 생태계를 잘 이용했죠. 반면 네이트는 전국민이 쓰는 메신저와 개인홈페이지에 점유율 1위 통신사를 연결해놓고도 그걸 말아먹는 엄청난 일을 해냈습니다. 네이트 욕은 다음 책에서 길게 적어놔서 여기까지만.



 어째 메시지가 겹칩니다만 여기서는 다시 '연결'입니다. 앞에서 DJI의 드론이 성공한 것처럼,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이용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확보된 이용자는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고, 언젠가부터는 그 연결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이쯤 되면 회사가 뭘 만들어도 매니아층이 최소한의 매출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우월한 기술을 갖고도 이용자를 확보하지 않아서 망한 회사들도 알 수 있습니다. 소니가 대표적입니다. 폐쇄적인 환경, 자기만의 규격을 만들었지만 자기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죠. 사진에 있는 베타방식 비디오플레이어도 그렇고, 한때 MP3는 음질이 나빠서 못 듣겠다는 애들이 쓰던 MD도 그렇고... 기술은 좋았습니다. 기술은...
 물론 네이트처럼 오래된 기술에 안주하다 결국 말아먹은 회사도 있습니다만(한 번 더 까고 가기).


 "레고라는 기업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까?" 라는 생각에 레고는 다른 사업 대신 원래의 레고 블록 제작에 역량을 집중해서 키덜트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부활이라기보단 연명이 될 것 같지만...
 약간 억지로 만들어진 장 같았어요. 5장의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회수를 여기로 넣으면 균형이 맞았을텐데. 아니면 레고 부분을 선택과 집중으로 통합하고 6장을 없앴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분량도 제일 짧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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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와 팀워크,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장 같습니다. 자주 들어 본 인물이나 이야기를 쉽게 잘 풀어냈어요.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사장이 한 말이 와닿았습니다.

'개인의 능력 차이는 아무리 커도 다섯 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의 격차를 낳는다'

 물론 이과쪽 인재라면 1000명도 한 명을 당하지 못하는 천재도 있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보는 친구들은 저 문장에 다 들어갈 겁니다. 다들 큰 차이 없이 잘났거든요. 그래서 일본전산은 과거에 독특한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도시락 제일 빨리 먹은 순, 목소리 큰 순...으로 뽑아서 일본전산은 똑같이 다섯 배로 부려먹습니다. 취업준비중인 분들은 주의하시길.

 사진에 나온 연구결과는 인센티브가 주는 함정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알아서 잘 하려고 하는데 거기다가 '잘하면 이거 줄게'로 말아먹는 리더들이 있어요. 군대에서 자주 봤습니다. 엉뚱한 데에다 휴가증 남발하고, 다음에 열심히 안 하면 '휴가증 안 준다고 열심히 안하냐'고 헛소리를...

 자주 하는 말이지만, 리더는 이럴 때 자기 자신에게 말해야 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 "왜 말을 안 들을까. 뭐가 문젤까"
 "휴가증 안 준다고 안 하냐!" -> "휴가증 안 주면 안 하게 되어버렸구나"
하여간 저치들이 저질러놓은 일 뒤에서 다독이면서(저저번에 못 받아서 저번에 열심히 했는데 휴가증 없어져 좌절한 친구들 두 배로 다독이면서) 다시 열정 불어넣는게 제 일이었습죠.

  일본항공을 부활시킨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교세라에서 은퇴하고 쉬던 이나모리 회장은 정부 부탁으로 일본항공을 맡았습니다. 망해 가는 일본항공(JAL)을 개혁시킬 때 가장 먼저 임직원을 데리고 직원들을 찾아갔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일본항공을 다시 살리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머리 숙여 간청했다고 합니다. 이후 일본항공은 1년 2개월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냅니다.

내가 직원들에게 누누이 언급한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교세라 직원들에게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그 일을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올곧게 머리에 박혀 있는 사람만이 교세라의 직원이 될 수 있다.
'할 만큼 다 했으니 이젠 더 이상 안 돼'라고 포기하고 싶은 때가 오더라도 그것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그때가 바로 제 2의 출발 지점이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그때부터 더 강한 의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일을 이루겠다고 굳게 다짐하라.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책들을 읽어 보면 교세라 업무강도도 일본전산 못지 않게 엄청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다 보면 '근성'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요. 물론 그래도 일본 기업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라이공업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에필로그는 책이 나오기 직전인 2017년 11월에 쓰여졌습니다. KBS기자라면서 프롤로그에 제일 먼저 JTBC 뉴스룸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그 상황이 그만큼 뼈아픈 결과였지만 한편으로는 KBS가 그걸 인정하고 재도약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답니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뉴스 제작을 거부하고 있고, 저자 박종훈 기자는 KBS기자협회장을 맡아 경영진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대략 아래와 같은 상황.



그리고 지난 1월 22일 고대영 KBS 사장 해임 재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KBS 파업이 끝을 보게 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KBS언론노조원들들은 143일간의 총파업을 마치고 첫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정상화된 KBS를 기대하며...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출판사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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